| 기사입력 2013-12-09 14:58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법관 양형기준 감경요소 종합해 결정…"기준 벗어나는 경우 거의 없어"]

여중생 제자를 성추행한 전직 중학교 교사가 항소심에서 감형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감형 논란이 일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나올 때마다 '형이 너무 낮다' '감형이 말이 되냐'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형을 정하는 법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와의 합의, 중요한 감형 요소=피해자와의 합의, 반성, 상당한 금액의 공탁은 중요한 감형 요소가 된다. 법원 관계자는 "피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법원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권장해야 한다. 합의에 의한 감형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지난 5일 여중생 제자를 성추행한 김모씨(39)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서도 '판사 멋대로 형을 결정했다' '판사 딸이 당했어도 형이 저렇게 결정될까'라는 비판이 일었다.

사건을 살펴보면 우선 검찰은 김씨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법원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김씨에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김씨에 대한 항소심의 최대 형량이 원심에서 선고한 징역 3년6월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김씨는 항소심에 이르러서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진술을 했다. 피해자 한명과 합의도 했다. 자백, 합의 등 형 감경요소가 원심보다 추가된 것이다.

합의와 반성의 진정성 여부는 법원이 판단한다. 진정성이 없다면 법원은 이를 감경요소로 삼지 않을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김씨의 합의와 반성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형기준 지켰는데…논란된 감형=충남 서산의 한 여대생이 피자가게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1심의 형량이 양형기준에서 벗어난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 사안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사항이 됐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성인에 대한 일반강간의 최대 형량은 징역 7년이다. 누범인 경우 형을 1.5배 가중할 수 있다. 친족관계나 주거침입 강간, 강도강간의 경우는 최대 징역 15년까지로 형량이 더 높지만 이 사건은 일반강간의 범죄유형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양형기준은 강제성은 없지만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이 정한 것이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법관은 이를 따른다.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범죄와 형벌 간에는 적정한 균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죄형 균형주의 원칙과 형의 양정은 그 책임에 대응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자살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책임을 벗어난 형벌적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법원이 양형기준 등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서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법감정'이라는 실체가 없는 것에 휘둘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판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785명의 성범죄자 가운데 399명(14.3%)이 형 감경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