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아저씨,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많이많이 혼내주셔야 해요."

10일 오전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상현) 심리로 열린 초등생 납치 성폭행범 고종석(24)에 대한 결심공판 도중, 피해자 A(8·초등1)양의 어머니가 딸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A양은 이날 공판을 방청하러 가는 어머니 편에 수첩을 뜯어낸 종이에 앞뒤로 삐뚤빼뚤 쓴 편지를 건넸다.

"엄마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주러 가신다 해서 편지 썼어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대리고(데리고) 갈가봐(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대리고(데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많이 혼내주세요…."

검찰의 요청으로 발언 기회를 얻어 방청석에 서서 편지를 읽어내리던 어머니의 음성이 심하게 떨리더니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딸의 고통이 되살아나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 방청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편지를 낭독한 뒤 "(고종석에) 심한 말을 해주고 때려죽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법정에 나왔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여기 나온 이유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딸아이는 학교 가기 싫다며 엄마 배 속에 다시 넣어달라고 한다. 아저씨가 목 조르는 게 자꾸 생각난다는 말도 한다"며 흐느꼈다.

A양의 편지는 구형에 나선 검사도 울렸다. 광주지검 형사2부 최영아 검사는 목이 메는 듯 간간이 말을 끊으며 힘겹게 구형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고종석에 대해 사형과 함께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명령 15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주거지 제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 삼갈 것 ▲초등학교·유치원·아동보육시설·어린이공원 등 아동 시설 100m 이내 접근 금지 ▲성폭력 프로그램 500시간 이수 등 준수 사항도 청구했다.

최 검사는 "피고인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자고 있던 피해 어린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피해자 및 가족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피고인의 반사회적 행태 등을 고려할 때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또 "아동 성폭행은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오랜 시간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시간이 흘러도 원상복구될 수 없는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 못지않은 중대 범죄"라며 "다시는 이처럼 상처받는 어린 영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종석은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가족에게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종석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1시 45분쯤 전남 나주시 영산길 집에서 잠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선고 공판은 31일 열린다.